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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쓰면 미간을 찌푸리고 짜증을 내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문성닷컴 들어오시는 분들은 나의 순수성과 건전성을
춘풍에 제비가 돌아오고 가을 다음에 겨울이 오며,
올해도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할 것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는 것처럼 든든히 신뢰해주시고 지지해주시리라 믿는다.

한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장면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젊은 여자들의 모습일 것이다.
남녀 커플이 함께 탈 때 남자가 여자보다 한 칸 아래에 탐으로써
자연스럽게 여자의 뒤를 가려주는 것도 동종의 풍경이라 할 수 있겠는데,
재밌는 것은 동남아에서는 여자들이 훨씬 짧은 바지와 치마를 입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가리거나 하질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그러는 사람도 있는데 어김없이 한국 관광객들이다.

왜 유독 한국만 그러는 것일까. 한국 여자들이 너무 깐깐하고 까칠해서일까,
아니면 한국 남자들의 변태성이 너무 심각해서일까.

남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굳이 가방으로 뒤를 가리지 않더라도
치마 입은 여자가 앞에 있으면 당연히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마련이다.
그걸 빤히 올려다보고 있을 간 큰 남자는 몇이나 될까.
소심하고 겁많은 남자들로 가득 찬 한국에서 말이다.

물론 뻔뻔하게 올려다보는 변태 아저씨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동남아에는 전혀 없고 한국에만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교육 수준이 낮고 빈부격차가 심한 동남아에
많으면 많았지 한국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 길거리 지나다보면
웃통까고 땅땅 부은 배를 내놓고 다니는 아저씨들이 수두룩 한 것이 동남아다.
마땅이 지켜야 하는 예절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한참은 뒤떨어져있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여자들이 뒤를 염려치 않는 것은
변태가 보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거나, 그들의 수가 극히 적을 것이라는 생각,
혹은 치마를 다 가릴만큼 큰 가방이 없거나
(실제로 검정 비닐봉지에 물건을 넣어 다니는 젊은 여자들도 많으니)
가방으로 커버를 할 생각조차 못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라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동남아 사람들을 접하면서
느낀 바에 따르면 아무래도 첫번째 이유가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다.
누가 뭘하든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한국여자들은 이래저래 무척이나 불편할 수밖에.

이야기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경위야 어떻게 되었든 한국에서는 그렇게 가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버린 듯 한데,
그 ‘일반적인 모습’을 거부하면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것이 삼천리 강산 금수강산
대한민국이다보니 이제는 누구나 가방으로 뒤를 가릴 수밖에 없게 되지 않았나 싶다.
변태가 신경 쓰여져서 가리기 시작한 것이 ‘다들 가리니까 나도 가려야된다’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한국에서 ‘다들 … 하니까’의 위력은 무척이나 막강하므로.

예컨대 어느 젊은 여자가 하늘거리는 짧은 치마를 입고는 뒤를 가리지 않고
기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탄다고 가정해보자. 본인은 굳이 무거운 가방으로
뒷짐질 필요 없으니 편하겠지. 허나 그 밑에 탄 여자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저 여자 미쳤나봐. 요즘이 어떤 때인데…”

혹은

“간이 부었네. 저런 팅팅 부은 다리로 부끄럽지도 않나?”

여자들 입장에서는 변태들이 정말 무섭고 신경쓰이겠지만
사람들을 저맇게 몰고가는 문화도 참으로 무섭다.
그 원인 또한 변태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결국 그노무 변태들이 죽일 놈들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한국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참으로 피곤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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