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뭔가 달리 하는 게 없는 데도
자꾸만 살이 찌고,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단을 기록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회사에 매인 몸이라 아주 타이트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매일 몇 시간씩 운동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살아오면서 여러 차례 효과를 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났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
물론 몸 내부에 좋아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몸무게나 체지방, 체형은 전혀 차이가 없다.
런닝 머신 위에서 흘린 땀이 얼마인데
짐짓 억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등골이 차가워질 정도로
실감하게 된 냉정한 사실 하나는,
예전의 방식들이 더는 먹히지 않는 몸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며 체험했던 성공의 공식들이
더는 정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젊을 때의 지혜로 장년과 노년을 살 수 없는 거구나.
내가 정답을 안다고 자부해서는 안 되는 거구나.
부끄러움까지 느꼈다.
몸 관리뿐만이 아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우리회사는 내가 입사했을 때의 그 회사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예전의 공식들로 아는 척을 하고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을 아닐까. 아무런 성과도 나지 않는 일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