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하루를 돌이켜보면
나름 열심히 산 것 같긴 한데,
아무 것도 이룬 게 없고,
눈에 띠는 진전을 만들지도 못해,
그냥 시간을 내다버린 것 같은
허무한 날들이 종종 있다.
신나게 논 것도 아니고
맘 편히 쉰 것도 아니고
해야할 일 빠짐없이 착실히 했는데
그냥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돈 것 같은 날들 말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게 몇 십년 남지도 않았을텐데
이렇게 버려지는 하루가 생기는 건 참담한 일이다.
내 나이쯤 되어 매일매일이 보석같이 가치있고 빛날 순 없는 노릇이겠으나
손톱만큼의 의미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라지는 날이 안타깝고
뱅글뱅글 돌고 있는 내가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