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고 있는 시 중에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이 있다.
요즘 누구를 질투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 시의 중반부에 크게 와닿는 문장이 있어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시인이 의도한 바는 차치하더라도,
이 부분을 읽으면 왠지 매일 저녁,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를 기울이며,
살아온 날들을 한탄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어서,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를 기울이진 않지만
점점 비슷한 한숨으로
살아온 날들을 한탄하고 있는 내가 떠오른다.
살아오면서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후회할 것도 없지만,
뭐가 그리 아쉬운 건지.
요즘은 멀리 앞을 내다보기 보단
자꾸만 뒤돌아 지나온 길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