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귀와 왼쪽 골반은 진작에 맛이 갔고,
무릎은 언제부턴가 굽힐 때마다 뚝뚝 소리가 시원하게 나며
평생 안 날 것 같은 흰머리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눈에도 문제가 생겼다.
어떤 도수의 렌즈를 끼든 가까이 있는 것과 멀리 있는 것 모두를 선명히 보지 못한다.
이른바 노안인 거지.
병원 가봤더니 의사는 그냥 나이 드는 과정이라며
아직 다촛점 렌즈 맞출 상황은 아니니 그냥 참고 살란다.
이미 '그냥 참고 사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니
거기에 하나 더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만은
그래도 리스트가 자꾸만 길어지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렇게 조금씩 고쳐가며, 어떤 것은 참아가며,
점점 망가지는 몸을 이끌고 사는 게 인생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