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5년 전쯤에 있던 일이다.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일요일에 출근해서
풀리지 않는 프로젝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던 참이었다.
다음주에 중간보고가 있는데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이 많은 한 명의 동료가
다른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나 지금 몇 대만 때려줄래?"
"왜요?"
"그러면 나는 병원 가서 입원해 이 프로젝트를 안 해도 되고
너는 구치소 가서 이 프로젝트를 안 해도 되잖아"
솔로몬의 판결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한 아이디어에
순간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직장내 폭력사건(?)으로 실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만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했던 날,
잠깐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런 일들을 붙잡고 살고 있다.
답도 나오지 않는 문제라 계속 미루고 싶지만
보고가 잡혀 손을 대지 않을 수는 없는, 그런 일들 말이다.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누굴 때릴 용기도 맞을 배포도 없이,
그냥 골머리만 싸매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