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세는 기준이 올해부터 만 나이로 바뀐다고 하지만,
만 나이로든 한국 나이로든 어디가서 '어리다', '젊다' 소리 들을 시기는 훌쩍 넘겼다.
조선시대였으면 진즉 죽었을 나이를 넘어섰거든.
뭐, 나이 많다고 자랑하거나 한탄하려고 글 쓰는 건 아니고,
이 정도 나이면 남은 삶이 어떻게 될지 대략 감은 잡힌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자. 보세요.
지금까지의 내 인생, 그리고 현재의 위치와 남은 날을 감안할 때
내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모아둔 자본이 작으니 재무적으로도 큰 돈 벌 것 같지 않다.
또래에 비해 더 건강할 것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아이들을 늦게 낳은만큼 더 오랜 기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굳어 단단해진 성격이 바뀔 거라 믿지 않는다.
아래 글 쓴 것처럼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고
남은 인생도 열심히 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아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위에서 언급한 것 중에서 하나만 잡아 조금 더 말해보자면,
지금 와서 내가 한 기업의 사장이 된다거나
거액의 연봉을 받는 고위 임원이 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면,
이미 내 나이에는 어느 정도 가파른 고속 승진의 오르막길을 타고 있어야 한다.
나는 이미 - 물론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거지만 -
커리어에 있어 몇 번의 중요한 기회를 흘려 보냈고 (짚어 말하자면 2009년, 2016년, 2021년)
앞으로도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확연히 낮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어느 정도 괜찮은 자리와 연봉에 만족하다가
50~60 사이에 원치 않는 은퇴를 할 것이고,
작은 회사들을 전전하면서 벌이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이제 대략이나마 남은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걱정이, 쓸쓸함이 차오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앞으로의 일들이 그려진다.
산 위에서 서면 내려가는 길이 보이듯이 말이다.
이 루트를 크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보다 나빠지진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무언가가 생각보다 잘 풀린다면
그거야말로 감사할 노릇이겠지.
자, 이제 인생의 남은 여정,
내리막길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