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휴일이 이어졌다. 직전까지 매우 바쁘게 일했기 때문에
휴일 동안은 푹 쉬어보자고 생각해서,
한동안 손 안 대던 게임기의 먼지를 털어냈고
통 안 보던 TV 드라마도 넷플릭스와 프라임 비디오로 몇 편이나 봤다.
그런데 이렇게 노는 게 편하지가 않더라. 외려 불편했다.
게임은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하려고 대화를 스킵하고 있었고,
드라마도 마찬가지, 휙휙 장면을 넘기기 일쑤였다.
둘 다 "이걸 빨리 끝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즐거울 리 만무하지.
그러다 되려 둘 다 접어버리고, 다시 회사일, 자기 계발, 집안일과 같은
'숙제'에 전념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다시 편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편하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어느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되어 버린 건 지도 모르겠다.
이번만 그런 게 아니라 늘 이렇다. 노는 게 불안하다. 시간이 아깝다.
쌓여 있는 숙제들이 신경이 쓰인다. 그러니 휴일에도 푹 쉬지 못한다. 당연한 거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쳇바퀴에 넣고 힘차게 돌리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