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부터 종이에 일기를 써오다 2008년부터 컴퓨터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매일 쓰는 일기다 보니 고르고 골라
당시 잘 나가는 무료 다이어리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쓴 지 어언 14년이 되었는데,
몇 년 전부터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서 이제는 꽤 심각해졌다.
일단 프로그램의 홈페이지도 없어졌고 개발자도 사라졌다.
겨우겨우 윈도우 11까지는 버티고 있지만
당장 다음 버전부터는 돌아갈지 아닐지도 장담할 수 없다.
홈페이지가 없어지다 보니 프로그램을 열 때마다 이상한 광고 팝업이 같이 뜬다
(원래 홈페이지 링크가 팝업이 되었었다) 보기 흉하고 불편하다.
개발자도 누군가 자기 프로그램을 14년이나 쓸 것이라고, 즉 일기를 4,000개 이상
올릴 것이라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이 느려지고, 특히 검색이 안 된다.
어떤 키워드가 떠올랐을 때 예전 일기를 검색해보는 것이 전자 일기의 큰 강점인데
언제부턴가 검색어를 칠 때마다 먹통이 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애매한 것이
4,000개나 되는 일기를 하나씩 긁어서 붙이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고,
데이터베이스 채로 다른 일기 프로그램에 넣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렇게 옮겨간다 해도 그 일기 프로그램은 영원할 것인가?
아마 높은 확률로 그렇지 않을 것이고, 10년 뒤면 난
1만 개의 일기를 어디로 어떻게 옮길까 고민을 다시 하게 될 것이다.
편하자고 디지털 세계에 넘어왔는데 종이의 장점을 다시 느끼는 중이다.
하긴 고대문명도 종이에 남기고 벽에 남기고 그릇에 남겼으니 지금까지 전해졌지
그 시절 플로피 디스크 같은 것이 있었더라면 외려 깡그리 다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아날로그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는다. 아아 당신들의 위대함이여!
...그건 그렇고, 이 일기들을 어디로 어떻게 옮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