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힌남노'는 예전 한반도를 크게 후려친 매미보다 더 강력하다는 이유로
상륙 며칠 전부터 공포를 자아내는 대마왕처럼 인구에 회자되었으나
9월 6일 오늘, 예상보다 일찍 우리나라에서 멀어짐으로써 예상만큼 큰 피해를 남기진 않았다.
물론 포항, 울산, 부산과 제주도 일부 지방은 적잖은 피해를 입었지만
나라 전체를 후려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의 깊이'는 있었으되 '피해의 너비'는 약했다 할 수 있겠다.
어제 오늘 서울에 있던 나는
어젯밤에는 비바람에 홀딱 젖어 오돌오돌 떨며 고생하는 오늘의 나를 상상했으나
실제로는 롯데월드타워의 사무실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과 샛파란 하늘을 보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대재앙이 올까 걱정되어 서울시 교육청은 오늘 긴급 휴교를 어제 저녁에 명하였지만
정작 너무 좋은 날씨에 학교 가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급하게 휴가를 쓰거나
예정에 없던 애 뒷바라지를 해야 했던 부모들은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이렇듯 나라 하나 만큼 큰 태풍의 경로조차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태풍에 비해서는 티끌처럼 작은 내 인생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걱정하던 것도, 기대하던 것도, 항상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은 언제나 일어나고
생각하고 있던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태풍도 인생도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무릎까지 잠기는 빗물 대신
쩌렁쩌렁 빛나는 햇빛에 흠뻑 젖은 오후,
혼자 이렇게 생각에 잠겼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