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보다 열 댓살은 족히 어린 직원들과 이야기할 자리가 종종 있는데,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든 내가 나이가 진짜 많고 요즘 젊은 사람들의 유행이나
생각을 전혀 모르고 있네 하는 아쉬움과 함께 끝을 맺곤 한다.
나름 유행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책이나 유튜브도 자주 접하고
아이브나 르세라핌은 물론 최근에는 뉴진스까지 듣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전에는 인터넷도 없고 TV도 공중파 채널 몇 개가 다였으니
10대부터 70대까지 같은 컨텐츠를 접하는 것이 당연했고
그러다보니 뭔가가 유행을 하면
전 세대가 그걸 따라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게 뭔지 알 수는 있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각 세대별로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공유하고 분석하는 장(場)이 다 달라서
저쪽 동네에서 무엇이 유행하는지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태지와 임주리가 가요톱텐에서 1위를 주고 받는 시대에는
10대도 학교에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따라 불렀고,
40대도 '환상 속의 그대'를 보면서 저게 노래가 맞냐 욕하는 것까지 가능했는데
지금은 내가 속한 벽 저너머의 세상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는 거다.
나만 해도 TXT나 NCT 같은 남자 아이돌이나
임영웅류의 트로트 가수의 노래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K리그는 챙겨보되 롤 챔피언십 중계는 본 적도 없고
나랑 정치 성향이 반대인 유튜브는 추천이 뜨는 대로 바로 지워버린다.
늘 들어가는 커뮤니티 사이트는 40대 남자들만 모여 있고
아는 요즘 캐릭터라고는 카카오프렌즈/라인프렌즈가 전부다.
보는 것만 보고 듣는 것만 들으니 이렇게 되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이 벽을 넘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20대 남자애들이 우글거리는 게시판에 가면
글 몇 개 읽는 것부터 고역이거든.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점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보는 것만 보고 듣는 것만 들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