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군대 훈련소에 있을 때다. 내 나이 스물 한 살.
옆자리 동갑내기 동기녀석이 왠 아기 사진을 보여주면서 입대 직전 낳은 아들이라고
자랑을 했었다. 오래 되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결혼은 안 했고 사고 쳐서 낳은 아기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때는 대책도 없고 철도 없는 녀석이다 싶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지금쯤 그 사진 속 아기는 이미 군대를 가고도 남을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 동기 녀석이 이십 대 초반부터 애를 키우는 건 장난 아니게 힘들었을테고
그간 수많은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은 하지만 (애를 낳자마자 입대를 했으니)
어쨌거나 이제는 어엿이 다 큰 자녀를 둔 아버지일 것이다.
반대로 난,
오늘 첫째 아들의 손을 잡고
이번 주 갓 입학한 초등학교에 바래다주고 왔다.
워낙에 늦게 낳은 탓에 '대책도 있고 철도 든' 아버지이지만
혼자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다른 아이들 틈바구니에 끼어
교문을 통과해 걸어가는 아이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매우 복잡다단한 심정이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면서
언제 졸업까지 가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이때까지는 엄마 아빠 손잡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들어갔었는데
이제부터는 저렇게 혼자 걸어가는 거다.
학교 바래다주는 것도 길어봤자 1년이고 아마 곧 혼자 다니기 시작할 것이며
등하교를 넘어 많은 것을 점점 혼자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더는 보이지 않는 교문 앞에서 이런 생각까지 했었더랬다.
그리고 갑자기 1999년 갓 낳은 아들을 자랑하던 동기 녀석이 생각났다.
그 녀석과 비교하면 엄청 늦은 아버지 노릇이고 학부형 노릇이지만
늦은만큼 더 잘 해야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큰아이가 벌써 학교에 입학을 했군요~~ 축하축하요~~
아주 오랜만에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역시나 있어서 깜짝 놀라면서도 반가웠어요~
푸르른 20대에 여러 고민을 나눴던 일들도 생각나고요ㅎㅎ
멀리서 문득 생각나 몇 자 끄적여 봅니다
멋진 아버지가 되었을 문성님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