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회사 내부적으로
각 마케팅 팀에서 성과를 자랑하고 상까지 주는 일종의 '경연대회'가 열린다.
우리 부문에서도 두 팀이 출전했는데,
아쉽게도 약간의 점수 차이로 한 팀은 1등을 놓쳤고 한 팀은 장려상에 머물렀다.
이 경연대회의 채점방식은 관중들의 투표에 달려있다. (작년까지는 달랐는데 올해부터 바뀌었다)
한 사람당 여러 표를 투표할 수 있긴 하나 아주 높은 확률로 자기네 부서 사람들에게 먼저 투표할 것이니,
결국 관중을 많이 동원한 부서가 유리하게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이 방식이 공정하냐 그렇지 않으냐를 떠나
우리 팀들이 좋은 상을 받게 하려면 상대편 관중수를 확인하고,
이길 수 있도록 우리편 관중수를 최대한 확보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부문에서 무려 세 명의 휴가자가 당일 발생했다.
그만큼 표를 잃은 것이다. 그 세 표가 온전히 우리 두 팀에 갔다면
한 팀은 공동 1등을 했을 것이고, 한 팀도 더 높은 상을 받았을 것이 확실하다.
휴가자가 있음을 미리 알았더라면,
사전에 조치를 취해서 득표에서 불리함이 없도록 했을 것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나의 문제 중 하나는 이거다.
이미 겪어본 일, 해 본 일은 뭘 해야 될지 알고 준비도 제대로 하는데,
전혀 경험이 없는 일은 항상 이렇게 당해보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난 21년 간의 회사 생활 동안
계속 업무가 바뀌어 경험 없는 일을 늘상 직면하고 있다.
즉, 일회성이 아니라 늘 반복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멀리 내다보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한 치 앞을 먼저 봐야 한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를 생각하고
마땅한 조치를 취하는 영민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