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의 성과 평가 결과가 좋게 나오고 안 좋게 나오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할 연차는 아니잖은가.
되려 이 맘 때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내 조직의 사람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죄책감, 내 자신을 향한 실망이다.
상대평가를 철저히 적용하는 회사 규정상
낮은 평가 점수를 누군가에게 반드시 줘야 되고,
그 와중에 나의 역량 부족으로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거나
정치력 부족으로 성과를 잘 셀링하지 못하면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없는 성과를 뻥튀기하여
마치 뭐든 다 잘 한 것처럼 우겨댈 두터운 얼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전에 여기저기 줄을 대놓고 작업을 해두어
내게 유리한 쪽으로 일을 만들어낼 교활함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나 같은 리더와 일하는 직원들은 아무래도 손해일 거고,
그게 미안한 거다.
회사생활 21년 중에,
리더로서 성과 평가철을 보낸 것이 절반이 넘지만,
여전히 이 가을은 매년, 내게는 쉽지 않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