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계기로 제대로 살아보겠다 단단히 의지를 다진 후,
분연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이 꽉 깨물고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다가도
모든 기개와 열정이 툭 부러지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술 마시는 날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건 아닌데,
한 번 마시게 되면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괜히 집에 오면서 편의점 한 번 들려 안 먹어도 될 야식까지 먹게 되며
당연히 밤에 책을 본다거나 하는 자기계발은 물 건너가고
다음날까지 컨디션에 영향을 미쳐 운동을 취소한다거나
아침에 늦잠을 잔다거나 하는 일들이 이어지게 된다.
안 보던 유튜브도 술 마신 날에는 습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
평소에는 자리를 잘 잡고 있는 습관과 규칙이
알콜로 다 무너지니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면 술을 끊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
몇 번 회식 자리에서
"저 오늘은 술 안 마십니다"
"오늘은 무알콜 맥주만 마시겠습니다"
해본 적 있는데 사람들의 핀잔과 구박이 상당하더라.
그게 반복되면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질텐데
사회생활 하는 입장에서 회식 없이 사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렇다고 자꾸 이렇게 흐름을 깨먹으면 안 될 테니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결단을 내릴 때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