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보고를 준비할 때는 무엇보다
높은 사람들의 심중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들이 뭘 보고 싶은지, 뭘 듣고 싶은지를 알고 시작해야
고생해서 준비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알아야 준비하는 사람들도, 발표하는 사람도 다 편하다.
상대방을 잘 모르고 있거나 상대방을 신경쓰지 않으면
아무래도 이 얘기 저 얘기 다 해야 되니 자료가 불어나고
만드는 사람이 고생하며, 발표가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거기다 기껏 준비한 자료가 번지수를 잘못 짚어
초장부터 흠뻑 얻어맞는 자리가 된다면 최악.
발표한 사람이나 준비한 사람이나 모두 생의 의욕마저 떨어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 높은 분들이
딱! 원하는 것만
착! 만들어서
싹! 발표하면 되는 것이다.
이게 이상적인데,
글쎄다. 높으신 분들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바뀌기도 하고
보통 그쪽 분들의 변덕이 좀 심한 게 아닌지라 딱, 착, 싹이 참 쉽지 않다.
경험 많은 나도 오타니 쇼헤이의 스플리터에 풀스윙 삼진 당하듯
붕붕 허공만 때리다 땀 흘리며 쫓겨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완벽한 준비를 위해 예전 같이 밤새 일하는 열정 따윈 갖다 버린 지 오래.
내년 운영계획 보고를 앞두고 난, 또 한 번 도박을 해본다.
이것만 하면 되겠지? 맞아. 충분할 거야. 더 할 것 없어. 그래. 간단하게 가자.
이거면 됐어. 더 이상은 관심도 없을 거야. 이츠 이너프야.
이러한 마음 자세로 준비한 보고가 목전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딱/착/싹으로 준비한 보고는 다행히 무난하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