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은 2023년, 갑작스럽게 내게 왔다.
기존의 안경과 렌즈로는 많은 것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고,
여러 도수의 렌즈를 바꿔봐도 가까운 것이나 멀리 있는 것 중 하나는 잘 안 보이는 현상이 지속됐다.
이거 심상치 않다 싶어 안과에 가보니 그냥 '노안이네요 참고 사세요~'로 성의 없이 진료를 하길래
유명하다는 노안 전문 안경원에 가서 30분 넘게 정밀진단을 받아봤다.
뭐 결과는 예상대로 노안, 그것도 가까이를 볼 때와 멀리를 볼 때의 시력 차이가 7단계 이상 벌어져 있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노안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쓰는 줄 알았던
다초점 렌즈 안경을 큰 돈을 주고 맞췄지만 6개월도 채 가지 않고 다시 똑같은 현상이 시작됐다.
노안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일테다.
그때부터는 어쩔 수 없다 싶어 참고 사는 중이지만 불편함은 크다.
책을 보기 힘들어졌다. 글자가 잘 보이질 않아서 종이책보다는 e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작은 핸드폰으로 글자를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예컨대 O와 D는 거의 같은 글자로 보일 정도다.
옛날에는 미니모토 같은 초미니 핸드폰도 잘도 썼는데 지금의 눈으로는 도무지 불가한 일이 되고 말았다.
(수전증도 있으니 버튼도 잘 누르지 못할 테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안을 체감할 때마다,
아 내가 늙었구나, 이제는 인생의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구나
를 함께 느끼게 되니 슬프기 짝이 없다.
노안 수술, 다초점 콘택트 렌즈도 찾아봤지만 실현하기 만만치 않아
일단은 '그냥 참고 살기로' 했다.
나이 드니 해결되지 않고
'그냥 참고 살아야'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내년에는 또 몇 개의 '그냥 참고 살' 것들이 새로이 추가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