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어떤 물건이나 경험을 살 때
그 구매의 가치를 길게 두고 고민하지 않는다.
당장 이걸 샀을 때 내가 누릴 즐거움,
당장 이걸 했을 때 내가 겪을 두근거림이 중요하지
10년 뒤, 20년 뒤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
참 많은 돈을 오래 가지 않은 것들에 가져다 부었다.
20-30대 때 노트북을 몇 대 샀는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살 때는 CPU가 뭐니 용량이 뭐니 고민 참 많이 했고
살 때마다 돈 꽤나 주면서 좋은 모델을 샀었는데
그 녀석들 죄다 폐기처분된 지 오래다. 5년을 쓴 노트북이 없다.
아이패드도 몇 대를 샀더라. 1도 샀고 3도 샀고 에어 첫 번째 모델도 샀다.
다 지금 어디 갔는지조차 모르겠다. 핸드폰? 총 몇 대를 샀는지 세기조차 어렵다.
당시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굳이 안 사도 되는 것들이었고,
전자제품 특성상 오래가지도 못할 녀석들이었다.
차라리 그런 돈으로 치아교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교정할 때 고생은 차치하더라도
그 때 부은 돈은 지금까지는 물론 죽을 때까지 효과를 발휘했었을 테니까
훨씬 남는 소비가 아니었을까.
치아교정 뿐이겠는가. 세상에는 항구적, 영속적인 가치를 가지는
소비가 무수히 많다. 어렸을 때는 그 가치가 잘 안 보였지만 말이다.
같은 돈 1만원을 쓰더라도,
이게 하루를 갈 것인지, 1년을 갈 것인지, 10년을 갈 것인지를
아는 지혜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