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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업에는 태동기에서 시작하여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에 이르는 이른바 '산업 주기'가 있고, 

 

개별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이 되었든 조인트 벤쳐가 되었든 미약한 시작이 있고, 

 

주주와 직원, 고객까지 모두가 행복한 전성기가 있으며

 

외부요인이든 내부요인이든 어떤 이유로 인해 화려했던 날을 추억하며 쓸쓸히 잦아드는 쇠퇴기가 있다. 

 

 

물론 한 번 내리막길을 걷는다고 끝은 아니다. 

 

하이닉스처럼 끝날  것 같은 기업이 어마어마한 반전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결코 없진 않다. 

 

문제는, 우리의 직장 생활은 아주 길게 잡아야 30년이고 평균 20년 안팎이라는 것이다.  

 

그 20-30년을 특정 산업, 혹은 특정 기업의 성장기에서 전성기에 이르는 구간과 정확히 일치시킨다면

 

가장 행복한 직장 생활이 될 것이다.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성장의 기회도 많고, 승진의 기회도 많고, 보너스나 연봉 상승률도 높아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나의 회사에서 그걸 온전히 누리는 것도 좋고, 

 

전성기가 끝나가는 회사에서 전성기가 막 시작되는 회사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회사에 옮겨타면서

 

은퇴할 때까지 계속 '잘 나가는 회사'에서 머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난 그걸 못했다. 

 

불행히도 우리 회사의 사인 곡선은 내가 한참 일할 삼십 대 중반 쯤 정점을 찍었고

 

가파르게 내려오기 시작했다. 

 

회사의 저력이 강하고, 직원들이 충분히 훌륭하기에 다시 반등을 만들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나

 

시간은 좀 걸릴 것이고, 나는 지난 10년 이상과 앞으로 적어도 5년 이상

 

쇠퇴기에서 분투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커리어의 반 이상을 쇠퇴기에 넣는다는 것이다. 

 

그 쇠퇴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제한된 기회, 낮은 보너스, '절감'의 압박, 침울한 회사 분위기를 

 

동반한다. 

 

 

내가 좀 더 영악하였으면, 

 

회사의 전성기가 막을 내릴 때쯤 다른 회사로 옮겨탔어야 했다. 

 

몇 년 안에 전성기를 맞이할 것 같은 회사로 배를 갈아타야 했다. 

 

산업과 기업의 주기를 커리어 내내 최대한 잘 활용했어야 했는데

 

그런 머리 없이, 그냥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을 했다. 

 

갑판의 선원 한 명이 열심히 돛대를 손질한다고 해서

 

가라앉는 배가 갑자기 부상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오늘도 나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오후에 반차를 썼음에도 집에 와서 일을 했다. 

 

뛰어내려야 할 때 뛰어내리지 못한 나는 지난 10년처럼

 

여전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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