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올해로 37년째 쓰고 있는 일기장을 매일 펼쳐놓고 있자면,
무슨 얘기를 써야할지 막막한 날이 많다.
어떤 대단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한,
난 그 날의 꽤나 많은 시간을 회사일에 썼을 것이고,
남는 시간의 일부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포함한 집안일에,
다른 일부는 매일 루틴이 정해져 있는 공부와 독서 등 자기관리에 썼을 것이기에,
어제와 다른 일기를 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일기는 있었던 일을 쓰는 게 아니라 그 날의 생각과 감상을 쓰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회사일 - 집안일 - 정해진 자기관리만 하는 사람은
딱히 다른 생각과 감상을 자아내기도 쉽지 않다.
매일 산에 가고 들에 가고 유적지에 가야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어제와 다른 경험을 해야
일기에 쓸 거리들도 많아질텐데
매일 열심히만 살다가 하루를 끝내곤 하니
일기를 펴놓고도 서글퍼지곤 한다.
오늘도 한껏 서글펐다가,
여기에도 한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