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핸슨이라는 작가에게 기자들이 와서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쉽게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나요?"
라고 비꼬듯이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돈 받지 말고 10년만 해보세요"
당장 큰 이익이 없더라도 긴 시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그 댓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말콤 글래드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결국 내 삶이 바뀌려면, 바꿀 수 있는 동력에 많은 시간을 부어넣어야 하며
생업에 종사하고 육아를 하느라 도무지 단기간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가 없다면
기간을 길게 잡고 꾸준히 시간을 부어넣어야 한다는 거다.
하루에 10시간씩 3년이면 10,000시간의 노력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되면 하루 1.5시간씩 20년을 부어넣어야 된다는 말.
그렇다면, 일기를 무려 1986년부터 쓰고 있고
이 문성닷컴을 20년째 열어놓고 있지만
내 글솜씨는 여전히 비루하고
인생은 평범하기 짝이 없으며
큰 변화 하나 경험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기간만 길었지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깊이 들어가지 않고 주변만 멤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일기와 문성닷컴을 20년 더 해도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데, 한 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하고 반성을 한 덕분에
지금의 나라도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상의 객관적 기준에서 보자면 난 그저 그런, 아주 평범한 아저씨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았을 '가정법 미래완료' 상에서의 나와 비교해보자면
지금의 나는 아주 훌륭한 인격과 지성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입증도 안 되는 거, 이렇게라도 생각하자고. 손해 볼 것 없잖아.
여기에 이런 뻔뻔한 글 쓴다고 욕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어차피 글 읽는 사람도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