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입사 동기형들하고 실로 오래간만에 저녁을 먹었는데,
이 형들하고 만난 지도 그리고 같이 회사를 다닌 지도
벌써 17년이 넘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고는 사뭇 놀랐다.
요즘처럼 이직이 활발한 시기에,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그것도 공기업이나 공무원도 아닌 사기업에서 20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 것이다.
동기들은 어느새 입사 때에 비하면 절반도 채 안 될 정도로
많이들 떠나갔지만 나와 이 형들은 그래도 이렇게 버티고 있다.
이 회사의 모든 것이 좋아서는 절대 아니다.
나도 이 형들도 때려치고 싶은 순간을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수백 번은 맞닥뜨렸을 것이다.
다른 데 갈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지금은 나이 들어 옮겨가기 힘들어졌지만
젊었을 때는 마음만 먹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참아왔다, 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여기 저기 문제 많고 예전만 하지 않다지만 그래도 분명 좋은 회사라 불릴만하고,
어차피 이직해봤자 회사 다니는 건 여기나저기나 매한가지일 것이고,
문제가 있고 사건이 터져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버티고 견디면서 눌러 앉은 것이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잘 참는 무난한 성격의 사람들이,
그 못지 않게 무난한 성격의 회사를 만난 덕분에
오래오래 잘 다녀왔고 앞으로 한참은 더 다닐 것이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아, 물론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만.
...여기까지 생각한 다음, 우리 회사 평균 근속 기간이 얼마나 될까 해서 찾아봤더니
만으로 21년이 넘는다. 그것도 최근에 신입사원 제법 받아서 이 정도니...
우린 아직 멀었네요. 힘냅시다 동기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