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가끔 큰 이벤트가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 최종 보고 준비라던가
외국에서 VIP가 방문한다던가
며칠 동안 워크샵을 준비해야 한다던가 하는 일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으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간
'삶이 멈춘다'
심장이 멈춘다거나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이벤트들 때문에 회사업무 외에 다른 일은 거의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삶'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그야말로 기계적인 나날을 보낸다는 뜻이다.
예컨대 한동안 철저하게 잘 진행해오던 자기관리는
이런 이벤트 한 번 부딪치면 와장창 무너져서 엉망이 되며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지인들과의 모임도 엉클어진다.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과의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양해를 구하는 일이 빈번해지며
수면 부족, 휴식 부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큰 이벤트가 지나고 나면
피로에 쩌든 몸, 두둑한 뱃살, 거칠어진 피부, 텅빈 머리, 주위 사람들을 향한 미안함이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어지른 방바닥처럼 어지러이 흩어져 있게 된다.
그걸 수습하는 데 또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리는 거고.
...지난주의 내가 그랬다는 것이다.
4일 정도 삶이 멈췄는데 이틀이 지나도 아직 회복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항상 그렇듯
하나의 이벤트가 끝나면 또 다른 이벤트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삶은 이리도 자주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