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방 가득 쌓인,
족히 천 권은 넘을 책들을 정리했는데,
왜 이렇게 낯선 책이 많은 건지.
분명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기억 안 나는 책은 부지기수고,
이런 책도 샀었나 싶은 녀석도 많았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경제, 회계, 재무, 재테크 관련 책이 꽤나 많았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이런 책들을 많이 사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생에 제대로 반영을 하진 못한 것이다.
(내 통장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책 읽는 것은 대체로 좋은 일이나
그 결과로 내 안의, 혹은 내 밖의 무언가가 실제 바뀌어야 한다.
2만원 가까이 되고 있는 요즘 책들의 가격과
이 두꺼운 책들을 읽기 위해 쓴 내 소중한 시간이
뭔가 남는 장사로 귀결이 되려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기 후의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지식적으로든 감성적으로든 영적으로든 말이다.
그런 책이 아니라면 중간에 관두는 게 차라리 낫다.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내 방에 쌓인 책값 못지 않은 큰 돈과
700시간이라는 수업 시간을 퍼부은 큰 투자인데,
이게 내 인생을 크게 바꿔놓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헛짓한 셈이 될 것이다.
책이든 공부든 투자 대비 효율이 나야한다.
건강히 살 날들이 건강히 살아온 날들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이,
돈 한푼한푼이 더욱 귀해질 나이니까
소중한 내 시간과 돈을 정말 잘, 투자해야 할 것이다.
...책에 쌓인 먼지들을 흡입해서 그런가. 별 생각이 다 드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