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 반, 재택근무가 반인 삶을 살고 있는데,
그 마저도 매주 양상이 다르다 보니
'일상'이라 부를만한 표준화된 나날을 표방하기가 매우 어렵다.
표준화가 안 되면, 통제도 안 된다.
그래서인지 잠도, 운동도, 먹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출근했다가 같은 시간 퇴근했던 생활과 비교해보면
심각할 정도로 기준이 많이 무너진 것이다.
먹는 문제가 특히 그러한데,
질과 양에 있어 아무 제한 없이 생각날 때마다 입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있다 보니
살도 살이지만, 일단 속이 편할 날 없다. 늘 어딘가 콕콕 찌르듯 아프다.
그러다가 가끔 마음 먹고 하루 종일, 열 몇 시간 물만 마시면서 굶으면
편안하고 상쾌하다. 배 고픈 게 전혀 불쾌하지 않다.
새삼스럽게 이 현대 사회에서는
굶어 죽은 사람보다, 많이 먹고 잘못 먹어 죽은 사람이 월등히 많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오래 살려면 굶어야 한다. 위가 쉬게 해줘야 한다.
가능한 소화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아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이런 간단한 원리를 잘 실현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몸이 통제 되지 않아 정신마저 방만해진 탓은 아닐까.
괜한 남탓을 해본다.
굶자. 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