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 동안 그나마 기억 나는 게 있다면 잠을 푹 잔 것이다.
이제 31개월 된 딸과 10시쯤 같이 잠들고는
아침에 알람 신경 쓰는 거 없이 편하게 일어나고
딸아이 낮잠 재울 때 같이 잠에 곯아떨어지니
평상시보다 하루 몇 시간은 족히 더 잔 셈이다.
허나, 그럼에도 여전히 피곤하다.
낮잠까지 잠에도 불구하고 밤 10시에 바로 잠들 수 있다는 게 그 증거이고,
그렇게 빨리 잠자리에 듦에도 아침에 하품을 연거푸 해대며 눈물을 흘리는 게
그 증거이다.
뭔가, 몸의 피로를 씻어내는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겼거나
혹은 필요 이상 잠을 자는 바람에 오히려 피로가 증폭이 되었거나
애초에 잠의 총량을 증가함으로 풀릴 종류의 피로가 아니다라는,
세 가지 상황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잠을 많이 잠에도 불구하고
피곤하다는 것은 왠지 억울한 일이다.
예금 많이 하고도 이자 별로 받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퇴직금 정산 받아 주식에 투자했는데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달까.
이건 억울하다.
이래저래 계산해봐도 확실히 남는 게 많고,
불로소득 얻은 것 같은 잠생활을 영위해야 하지 않을까.
하다 못해 공짜로 자는 잠마저도 손해봐서는 안 되지 않겠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