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회사의 MZ세대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80년대 생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20대에, 95-96년생까지 참여하게 되는 프로그램이라,
혹여나 꼰대 소리 듣지는 않을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자기 소개를 듣게 되었는데,
하나 같이 화려하기 그지 없는 취미생활을 향유하고 있었다.
자료에 10개 이상 적어놓은 사람도 있었고,
대여섯줄을 취미만 펼쳐놓은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에는 못가게 되었지만
다들 해외여행은 기본으로 즐긴다고 했고
온갖 운동에 요리에, SNS나 유튜브는 물론이고,
하다 못해 소셜벤쳐를 운영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화려해보였다. 취미생활을 자랑스레 얘기하는 표정부터 반짝반짝 빛났다.
이에 비해 내 인생에는 현재 취미생활이라 부를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다.
일주일에 60시간은 가뿐히 넘는 업무 시간, 학업에 육아, 갖은 집안일을 하다 보면
이런 글 쓰는 시간 몇 분조차 만들기 어렵다.
물론 저 친구들도 나처럼 나이 들어 일 많아지고
결혼하고 애 낳고 집 대출 갚다 보면 결국 비슷한 인생을 살 것이고,
나도 저 나이 때는 네 시에 퇴근해 온갖 취미생활로 삶을 장식하였으니
그다지 부러워할 일도 아니고 억울할 것도 없겠지만,
그야말로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후배들과
실컷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내 인생이 한 눈에 비교되어 좀 착잡하기는 했다.
취미생활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내게는 없는 젊음이 느껴져서이다.
하지만 이게 인생이다. 이미 젊은 사람들보고 속쓰려할 나이도 지났잖은가.
나는 내가 핀 자리에서, 나름의 화려함을 뽐내며 최선을 다해 살면 되는 거다.
누가 볼 때는 한없이 초라해보이겠지만 스스로 그리 생각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70년대 꽃이라고 꽃이 아닌 건 아니지.
오늘도 펼쳐보자.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