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지성인이라 하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주요한 일들을 다 꿰차고 있어
어느 때고 누가 물어보면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줄 알며,
혹여 아무도 물어보지 않더라도
뚜렷한 가치관과 유연한 사고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삶에 대한 나름의 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모습을 표방하여
부던하게 노력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좀 들어보니
주위 모든 일에 다 신경쓰기에는
인생의 가용 시간이 너무 작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
명쾌하게 가부, 선악을 가릴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때로는 모른 척 그냥 넘어가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도 느꼈으며,
한 때 뜨거운 감정으로 매진했던 일도
지나고 나면 왜 그랬나 싶은 경우도 무수히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을
조금은 천천히, 더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다.
한참 뜨거운 정의기억연대 이슈도,
한명숙 전총리 재수사도,
재난지원금의 실질적인 경제부양 효과나
포스트 코로나19의 세계도.
옛날 지성인들의 수가 그리 많았던 것은
양반이나 귀족처럼 먹고 살 걱정 없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밀린 회사일 따라잡기에 급급한
애 둘 아버지에게 지성인 되기란 사치성 유희다.
그깟 지성, 나중에 갖추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