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어 더 많아진 회사일
2. 여섯 살 된 첫째와 갓 돌 지난 둘째를 돌봐야 하는 육아와 집안일
3. 주말마다 12시간 수업 + 각종 숙제와 시험 준비가 만만치 않은 대학원
4. 운동, 식생활 관리, 독서 등 자기 계발
5. 각종 인간관계 유지
이 네 가지의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이십 대 때라면야 매일 밤 늦게까지
이 모든 일들을 다 처리하고 자도 끄떡없겠지만
하루 잠을 덜 자면 커피 없이는 맨 정신 추스르기도 힘든
저질 체력의 중년이 주어진 모든 의무를 다 감당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일단 실적의 압박이 있는 1번과 (다른 말로 하자면 “안 하면 욕 먹는”)
잘 하지 못하면 등록금 지원 받은 것 토해내야 하는 3번에 초점이 기울어지고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어디 큰 문제는 없이 아슬아슬하게 받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다섯 개의 기둥 중 하나가 툭 부러질 것이고,
(이미 5번 기둥은 부서진 것과 진배 없다만)
두어 개가 더 부서지면 지붕이 폭삭 내려앉을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다.
이미 게임 같은 취미 생활은 접었고,
골프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밤에 인터넷 글 좀 읽어보는 게 유흥의 전부이니
어디 더 줄일 시간도 없고,
지금보다 잠을 더 줄이는 것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더 줄일 곳도 없는 데 상시 원가 절감 압박 받는
회사와 매한가지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균형,
이미 선명히 금이 간 기둥들,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