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크리스마스.
돌도 안 된 아기가 있긴 하지만
이 좋은 연휴에 집에만 있을 수 없어
1박 2일로 좋은 호텔 하나 잡아 놓고 같은 건물에 붙어 있는
실내 쇼핑몰을 좀 돌아다니면서 성탄 분위기 좀 만끽해보고자 하였으나
고작 크리스마스 트리 몇몇과 별모양의 조명 몇 개만 발견하였을 뿐
기대했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생각해보니 역시,
캐롤이 없어서였다.
트리와 조명으로 시각은 충족이 그럭저럭 충족이 되고
추운 겨울이니 크리스마스의 촉각도 어느 정도는 받쳐준다 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들어 익숙한, 그래서 영어든 우리말이든
흥얼거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노래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청각의 요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여느 겨울날과 별 차이 없이 느껴진 것이다.
음원 저작권 때문에 백화점이나 거리에서
예전처럼 쉽사리 캐롤을 틀어줄 수 없다고는 하나,
올해는 정부에서 몇 곡을 무료로 배포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틀어주지 않는 것은 못내 서운한 일이다.
가뜩이나 요즘 회사일과 육아, 집안일로 마음에 여유가 없어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 제대로 장식을 못했는데
기대했던 나들이마저 크리스마스 시즌을 수줍게 외면하니
어느 노랫말대로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놓쳐버린 기분이다. 많이 아쉽다.
종교색 들어간 찬송가 안 틀어줘도 되니,
그냥 일반 캐롤이라도 틀어주세요. 내년에는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