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에 농양이 크게 생겨 일주일 넘게 고생했다.
처음 며칠은 출근까지는 했었는데
퇴근 시간까지 버티질 못해 반휴/조퇴를 했어야 했고,
도저히 안 되겠다시 싶어 결국 일이고 뭐고 3일이나 휴가를 내고
병원에서 고름을 거푸 긁어내면서 세 가지 종류의 항생제를
돌아가며 끼얹은 뒤에야 겨우 정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이를 딱딱 부딪치게 했던 오한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고.
두말할 것도 없이 몸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원래도 체력이 좋지 않았는데
회사일에 육아에 치이다 보니 쉬는 시간이 줄었고,
원래도 안 좋은 수면질이 여름철 더 안 좋아지다 보니
체력 회복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100% 체력으로 시작해야할 하루가
40-50% 정도로 시작되는 날이 많았고,
퇴근할 때 고작 5% 정도 남은 것으로
저녁 시간에 회사일이든 집안일이든
또 뭔가를 해야 하니 결국
저축통장을 다 털고 급기야
마이너스 통장까지 연 셈이었다.
안 아픈 게 이상한 거지.
이렇게 이유는 분석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첫째 아이도 앞으로 몇 년은 가까이 두고 돌봐줘야 할테고,
갓 200일 된 둘째 육아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는 와중에 회사일은 줄어들기는커녕
스트레스와 더불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늦게 애를 낳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결혼 늦게 하고 애를 늦게 본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젊을 때 애를 키워야 덜 고생한다는 점은
뼈저리게 공감한다. 나도 십 년 전에 둘째를 봤으면
이 정도로 휘청거리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
어쩔 수 없다.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는 거다.
어떻게든 몸을 좀 가꾸고 단련하여 치열하게 버티는 수밖에 없다.
요즘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병에 지지 않는 것이 아버지로서 첫 번째 책무이다.
좋은 아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아빠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