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아직 나는,
내 자신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들 때가 있다.
한 가지 예로,
오늘 문득 깨달은 것인데,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분명 적을
제법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자기 반성이니 뭐니 하며 일기만 삼십 년 넘게 써왔으면서도,
아직까지도 무엇을 해야 내가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을 해야 즐거워지는지를 잘 모른다.
이 나이쯤 되면,
즐거워지는 방법을 한 열댓 개 정도는 정리해놓고
우울해지거나 힘들다고 느낄 때면 리스트를 꺼내놓고
효과성에 따라, 들어가는 노력/비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골라 써서
삽시간에 기분이 좋아지곤 해야 할 텐데
우울해지면 그저 우울해 질 수밖에 없고,
힘들다고 느끼면 그냥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자신이
좀 답답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조금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좀 더 스스로를 깊이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좀 더 자신을 대상으로 많은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좀 더 내 자신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오늘 같은 이유 모를 답답함을 느끼는 날도,
뜻 모를 슬픔과 우울에 빠져버리는 날도,
보란 듯 쉬이 떨치고 일어설 테니까 말이다.
맨날 회사에서만 업무 해결책을 찾지 말고,
내 자신을 위한 삶의 해결책을 좀 찾아보자.
그러려면
어떻게든 나를 바라봐야 한다.
나이 든 중년의 아저씨가
보기 심히 괴로워도,
먹고 사는 데 진이 빠져
세상만사 다 귀찮아도,
진득하게 나를 쳐다보며
물어봐야 한다.
너 대체 누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