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청약 신청을 해봤다.
이런 것 관심 끊고 살다가
제법 괜찮아 보이는 아파트가 나왔기에 대뜸 신청해본 것이다.
청약 통장이야 오랫동안 갖고 있었으니 자격은 되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100대 1을 넘는 경쟁률에 치여 떨어졌다.
저렴하지만 집 하나 갖고 있다 보니 가점도 낮고
추첨에 있어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떨어져서 슬펐다 실망했다 같은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고,
청약 알아보고, 신청하고, 결과 기다리면서
기대보다는 걱정, 혼란이 더 컸었기에 그 얘기를 좀 해보려 한다.
고백하자면,
네 나이에 아직 정신 못 차렸냐 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 억의 돈을 대출받아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를
이자 낸 총액보다는 훨씬 더 오를 거니까
걱정 말고 일단 잡고 보자 애쓰고 또 기대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 말이다.
이 무슨 부동산의 B도 모르는 소리냐,
그러니 니가 아직 그 나이 먹고도 그리 살지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여전히 돈이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사는 것이 불편하다.
나중에 오를 거니까 하는 생각으로
은행에 월 백 만원씩 갖다 바치는 것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올라타야 해 하며
허겁지겁 쫓아가는 것 같아
썩 떳떳하지 못하다.
이미 부자 되기는 틀린 인생이다.
부동산 투자로 몇 억씩 남기기에는
출발 자체가 너무 늦었고,
재능도 감각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이왕 수상하지 못할 레이스라면,
어떻게든 선두그룹 따라잡기 위해
용 쓰기 보다는, 동네 한 바퀴 둘러본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가볍게 경주로를 따라
걸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청약 신청을 하고,
혹 붙으면 돈을 어떻게 마련하나 알아보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 수밖에.
그러면서 왜 청약 신청은 했냐,
다음에는 안 할 거냐, 라고 물으신다면
엉겁결에 신청한 거고,
다음에도 아마 또 엉겁결에
신청할 것 같다고 답할 것이다.
인생은 뭐,
항상 이런 부조리와 모순과 함께
진흙 범벅이 되어 사는 게 아니겠는가.
적절한 자기 합리화를 곁들여서 말이다.
이 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