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야근에 시달리다
주말과 설 연휴를 앞두고도 여전히 주렁주렁 무성하게 달려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업무를 바라보니,
가뜩이나 부정적인 성격이 더 증폭되어
작은 눈을 고깝게 뜨고 투정을 부리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내려
나보다 힘든 조건에 처한 사람들을 바라 보면
어쩌면 복에 겨운 소리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용히 입을 닫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일 많다고 우는 소리 하고 있지만
지금 내 나이에 나보다 적게 일하는 회사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면서도 작다고 볼 수 없는 연봉도 받고 있고
직장 어린이집, 맞벌이 등 굉장히 좋은 조건에서,
나름 의미 있는 굵직한 일들을 맡아가며
인정 받으며 일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대놓고 불평할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몇 년째 직장을 구하지 못해 고통 받는 취업준비생에게
내 연봉 받고 내가 하는 일 해볼래 그러면
열의 아홉은 망설임 없이
평생 감사함 잊지 않고 일하겠다 할 것 같거든.
하지만 그러다가도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한없이 초라하고 피곤에 쩌든 내가 어느새 거기 서 있다.
나보다 적게 일하면서도 더 잘 버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도 수백 명은 될 거고, 밖을 보면
비슷한 양의 일을 하면서 몇 억씩 버는
전문직들이 수만 명은 족히 될 거다.
아예 일을 안 하고 물러 받은 자산으로만
내 연봉의 수십 배를 버는 건물주는 말할 것도 없겠지.
누구도 스스로를 완전히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긴 힘들다.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보며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위를 보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것보다는
아래를 보며 “이 정도면 됐지” 하며 빙긋 웃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뭐가 진실인지를 떠나 그냥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은 쪽으로 선택하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투덜거리는 글 그만 쓰고
이만 아래를 내려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