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던 축구 국가대표팀이
결승 문턱은커녕 고작 8강에서
몇 수 아래로 여겨지던 중동의 카타르에게 허무하게 져버렸다.
당연히 언론이나 여러 축구 관련 사이트에서는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비판이 소나기 퍼붓듯 쏟아지고 있는데,
그 중 “감독의 고집이 너무 세다”는 평가가 눈여겨볼만하다.
한국 오기 전 다른 팀 맡을 때부터
한 가지 전술, 늘 같은 출전 선수 명단을 고집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감독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예선에서 16강/8강에 이르기까지 포메이션은 4-2-3-1 하나 뿐이었고,
세부 전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상 선수나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를 제외하면 출전 선수도 매 경기 거의 같았다.
유연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번의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을 보면
이 감독이 구상하는 전반적인 전술 자체는 우수하다.
베스트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에서 잘만 뛰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나
잇따른 부상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재빨리 다른 해답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백업용 전술도 미리 준비하고
이에 맞게 특수 상황용 선수들도 좀 데려고 갔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졸전을 거듭하다
조기에 짐을 싸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방에서 짧은 패스 위주의 빌드업 축구가
먹히지 않으면 전방에서 몸싸움 치열하게 해주다가
헤딩골을 넣어줄 장신 선수를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고,
패스길이 꽉 막혀 있으면 상대를 끌어내 줄
중거리슛을 갖춘 선수를 긴요하게 써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축구팀이 되었든 회사 조직이 되었든
조직 안팎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 미리 준비한 대책을
내어놓거나 즉각 최적의 답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다.
마케팅이 되었든 영업이 되었든 자산관리가 되었든
유연하게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역량은
리더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유연성의 여지를 조금도 보여주지 못한 현재의 감독을
앞으로 4년간 믿고 맡겨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비록 지난 몇 번의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전술이 아주 멋들어졌고,
앞으로도 ‘아무 변수만 없다면’
그 때의 준수한 경기력을 똑같이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