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계속 아팠다. 몇 달째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 되었다.
늘 겪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니까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병원 가봤자 늘 듣는 소리 또 들을 게 뻔하니 - “음식 조심 하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그냥 참고 또 참았는데,
불편함이 하루도 쉼 없이 매일 이어지고 가끔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파오니
화도 나고 기력도 없고 우울해지기까지 하더라.
그러다 문득
이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뭐라도 하자 싶어
복통과 관련된 책을 세 권 사 읽어 핵심을 정리했고,
매일 끼니마다 무엇을 어떻게 먹었고 속 상태가 어땠는지를 상세하게 기록하였으며
매일 한두 개씩 테스트를 해보기 시작했다. (예컨대 불용성 식이섬유인 브로콜리를 먹으면 복통이 올까 안 올까)
속 상태는 ‘아주 좋음’에서 ‘아주 나쁨’까지 6단계로 구분해서 매일 점수를 매겼고
음식 먹은 것과 대조를 하면서 인과를 매일같이 따져보니
서서히, 하지만 뚜렷하게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 나오더라.
무엇을 끊어야 되고 무엇을 절제해야 하는지 알게 되더라.
어떤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야 될지 어떤 유산균을 먹어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
그리고는,
그 모든 노력의 결과로,
속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테스트에 따라 확 안 좋아지는 날도 있지만
이제 마음만 먹으면 속을 편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건강에 있어 함부로 자신감을 가지는 일은 위험하지만
적어도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아니 것보다,
그저 당연시했던 문제, 평생 안고 살아야 할 거라 생각했던 문제에 도전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이 더 큰 소득이다.
문제 없는 인생은 없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도 많다.
절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불평하고 징징거리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전문지식을 구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테스트를 하며
답을 조금씩 빚어 가보자.
인생,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