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11월 초인데,
스타벅스에 가니 캐롤이 흘러 나오고,
코스트코에서는 이미 몇 주 전부터 크리스마스 상품이 진열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매년 그러했듯 어떻게 살았는지 정리가 잘 안 될 정도로 바쁘게 한 해가 지나갔고
연말이 어느새 눈 앞에 불쑥 다가와 있다.
그러면서 그토록 거부감 느껴지던 40대라는 수식어도 시나브로 익숙해졌고,
여기저기 아프고 노화가 실감되는 몸뚱어리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지만,
매년 이맘때쯤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연말이라는 녀석은
떡 한 덩어리를 잘 못 삼킨 것처럼 받아들이기 힘들다. 체한 것 같은 기분이다.
벌써 한 해가 다 끝나가는구나, 크게 이룬 것 없이 올 한 해도 또 다 갔구나,
그리고 또 한 살 먹어가는구나, 하는 아쉬움 때문이리라.
나 뿐일까?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내 나이 정도 되면
연말에 기쁘고 설레기보다는 되레 아쉽고 착잡한 심정이 아닐는지.
즐거운 캐롤과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예쁘게 포장되기는 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연말의 우울한 심정을 덮기 위해, 잊기 위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척을 하고 기쁜 척을 하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가 끝나간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추워진다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우리가 반기든 그렇지 않든 연말은 이미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