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몸이 녹아 내릴 만큼 더운 날에도
그리고 몇 달 뒤 닥칠 어마어마한 혹한 속에서도
운동이든, 공부든,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이든
소중한 것을 향한 초점을 잃지 않으며
꾸준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모두가 덥다고, 춥다고, 비 내린다고, 눈 온 다고, 미세먼지 많다고
움츠리고 앉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땀 흘리며 뭔가를 하는 사람들은 꼭 있다.
남들이 쉴 때, 퍼져 있을 때, 에라 모르겠다 대충 살 때가
열심히 제 갈 길 가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된다.
모두에게는 답답하고 힘든 시기가
뭔가 다른 사람들을 가려낼 시금석이 된다.
하지만,
이 끔찍한 더위 앞에 어느새 반쯤은 액화되어
마치 슬라임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는 나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열정이 넘치거나
의지가 강하거나, 독하다거나 하는 단어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거듭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뭘 해야 할지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지만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에 내 정신력은
얇은 나무젓가락처럼 약하기만 하구나.
딱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