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걸어가다 얼마 전에 새로 연 조그마한 식당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통 유리로 안이 훤히 보이는 텅 빈 식당 안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쓸쓸한 표정으로 서서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테이블은 모조리 비어있었는데
개업 후 지금까지도 손님 계속 없었고,
앞으로도 죽 없을 것 같은, 그런 음울한 분위기였다.
갈색 셔츠와 진한 남색의 앞치마까지 예쁘게 맞춰 입은 부부는
비싼 권리금과 보증금, 인테리어 공사비까지 주머니 탈탈 털어,
아니 은행 빚까지 내서 마련하는 와중에
손님으로 넘치는 가게를 그리며 설렜을 것이다.
유니폼을 정하면서 더 많은 종업원이 그 유니폼을 입는 날을 상상했을 것이고,
빚을 청산하고 통장에 켜켜이 쌓일 현금을 생각하며 들뜨기도 했을 것이다.
작은 가게로는 감당이 안 되어 더 큰 곳으로 옮기거나 2호점을 내는 날을 꿈꿨을 수도 있고,
손님 줄이 끊이지 않아 번호표까지 발급해야 하는 대박을 상상하며 낄낄댔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잔인하며, 신랄하기 짝이 없으니
결국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은 지금보다 더 쓸쓸한 표정으로
다시는 올라가지 않을 가게 셔터문을 내리며 마지막 퇴근 길을 걸어갈 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이렇게 쉽지 않은 것이다.
사는 건 이렇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
돈 벌고 먹고 사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들 못지 않은 쓸쓸한 표정으로
작은 한숨을 내뱉은 어느 초봄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