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 직장인 남성은 시간이 없다.
회사에서는 업무가 가장 많을 차장-부장급 연령대인 데다가,
육아나 가족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나이 들어 예전보다 쉽게 지치고,
너무 무리하다가는 목덜미 잡고 쓰러질 수 있으니
충분히 쉬어주기까지 해야 하니,
이런저런 사정들 다 다 살피다 보면
정말 개인 시간 만들기 힘든 게 그들의 삶이다.
에너지가 넘쳐서 밤늦도록 하고픈 걸 할 수 있었던 이십 대나
퇴근해서 잘 때까지는 혼자 무얼 하든 간섭받지 않는 미혼의 삼십 대와는 다르다.
나 또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저것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보고 싶은 것도 있고,
버킷 리스트니 뭐니 해서 죽기 전에 경험해 보고픈 것도 있고,
예전 즐기던 취미 생활들이 종종 생각나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것 모두 다 하고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회사 야근을 안 할 수도,
육아의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결국,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 관리의 핵심은,
내가 하고픈 것 중에서 그나마 덜 하고픈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중에서 그나마 나중에 해도 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서 그나마 덜 좋아하는 것을
리스트에서 지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여유 시간을 만끽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때는 몸이 더 안 따라줄 것이다.
눈이 침침해 책이 보이지도 않고,
무릎이 아파서 뛰어다닐 수도 없는데
밤새워 역사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스포츠 취미 생활을
익히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슬프지만,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내려놓아야 한다.
바구니 위에 소중한 옛 물건들 몇 개 담은 채로 강 하류로 흘려 보내는 것처럼,
보낼 수 있는 것은 보내고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자꾸 뭔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덜 우울해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