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장 좀 다니면서 수년 동안 못 본 지인 몇 명을 만났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들 입을 모아 왜 이렇게 늙었냐, 삭았냐, 나이 많이 들었네라는 말을 하는 거였다.
한 명이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좀 피곤해보였나보다 하고 넘어갈텐데
여러 명이 비슷한 얘기를 하니,
지극히 주관적인 말들은 어느덧 객관성을 갖추어
날 냉정하게 마름질하여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잠을 푹 못 자 쾡한 눈이나 한껏 거칠어진 피부, 축 늘어져 버린 몸,
'나 피곤해' 말 없이 강변하는 표정과 힘 없는 말투까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듣고 있는 거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예전에는 속이 어떻게 썩어가든 밝은 미소와 힘있는 목소리로
보기 좋게 나를 포장하여 좋은 인상을 주려 노력했는데,
어느샌가부터 색조화장을 중단한 아주머니처럼
꾸미려는 노력을 내려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나 고생한다, 늙고 있다,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라는 것을
말해주려는 듯 일부러 포장을 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닐까.
주위 사람들이 알아준다고 하나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이유야 여하튼간에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다시 오래된 서랍을 열어 얼굴과, 표정과, 말투와, 몸에 분을 좀 칠해야겠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