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수십 번 방문했고 수백 일씩 일했던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를
마지막으로 찾아가서 작별인사와 더불어 인수인계 등 업무 마무리를 지었고
이제 종착지인 싱가폴에 도착하여 내일 마지막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
대만 프로젝트를 마친 후 2010년 8월에 싱가폴에 들어와
이렇게까지 길 줄 몰랐던 여정을 시작하였고,
5년 5개월만에 이곳 싱가폴에서 다시 모든 일의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내일이 동남아에서의 내 마지막 출근이 된다.
시작한 바로 그 곳에서 끝을 맺는다는 것은 행정적 절차 때문이긴 하나 왠지 묘하게 다가온다.
올림픽 마라톤에서 주경기장을 출발했던 선수들이 다시 주경기장으로 들어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떨리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처음 출근하던 날을 기억한다.
업무나 영어에도 자신이 없었고 같이 일할 사람 하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온 것이니 떨림과 걱정은 당연했다.
하지만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그때 못지 않게 긴장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결승선을 다시 보게 된 감격 때문도 아니고,
결승선을 통과하고 난 뒤에 펼쳐질 또 다른 인생의 장에 대한 걱정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저 이 여행, 이 경주가, 내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준 하나의 장(章)이
이렇게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오는 것과 가는 것과 상관없이 회사는 지금껏 그랬듯 잘 돌아갈 것이고
나는 곧 깨끗하게 잊혀질 것이다. 회사를 떠났던 많은 선배를 나 또한 깡그리
잊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 마음, 내 감정, 내 소감. 그 뿐이다.
그러니,
경기장에 남아 있는 관객 하나 없다 하더라도
두 팔을 번쩍 들고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힘차게 결승선을 통과하자.
다 끝났다.
잘 해냈다.
수고했다.
외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