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종합 신체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이전 검사에서 발견되었던 고지혈증 같은 좋지 않은 증상은 다 사라지고
가벼운 위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랜 기간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않았기에 혹 큰 병이 나오진 않을까
조금은 불안했었는데 한숨 돌렸달까.
다만 몸무게, 근육량 등을 고려한 신체 나이가 내 실제 나이와 똑같이 나와 못내 아쉽다.
이제 동안이라고 우길만한 외모도 아니지만 겉모습 못지않게 내 속도,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는 없지만 내 안에 있는 많은 것이
정확히 나이 만큼 늙고 있다는 객관적 판정에 씁쓸함을 느낀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 거다. 다만 지금 내 아들처럼 나이를 먹으면서
더 성장하고, 더 자라고, 더 경험하고, 더 채워가는 긍정적 경험을 하는 시기가 있고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점점 더 못나지고, 추해지고, 약해지고, 초라해지고, 편협해지는 인생도 있다.
어느덧 큰 종의 윤곽같은 내리막길을 타고 가파르게 늙어가는
자신을 거울 속에서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받아든 건강검진기록에서도 확인하기란
뭘 잘못 먹은 것처럼 속을 쓰리게 하고 인상을 찌푸려지게 하지만
그저 운동하고 음식 가려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하여
노화에 작은 목소리로 저항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수천 년간 사람은 나처럼 자랐고, 나처럼 늙어 갔으며
그렇게 흙이 되고 재가 되어 사라졌으며, 나 역시 그 길을 따를 뿐이다.
서른 살엔 나이 드는 게 그렇게 싫어 조금이라도 더 싸워보고 싶었는데
마흔 살을 바라보기 시작하니 점점 모든 것에 달관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