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by 문★성 posted Jun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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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터미네이터1에서의 아놀드)
 
터미네이터3이 나온 게 언젠지 기억나시는가? 2003년 7월이다.
영화관에서 스크린 근처 앞쪽 자리 중 오른쪽 구석에 앉아서 보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6년이나 지났단다. 근육질의 아놀드슈왈츠제네거 아저씨가
근육 다 풀린 주지사로 늙어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세월 참 빨리 흘렀다.


(2008년, 주지사 아놀드. 세월을 누가 이기랴?)

터미네이터3에서도 주름살 가득한 얼굴로 꽤나 늙어 보이는 아놀드 아저씨는
결국 4탄에서는 코빼기도 비추지 못하게 되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커버를 한다고 해도 90분에서 120분을 몽땅 커버할 순 없으니
제작진에서 아낌없이 포기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4탄의 줄거리는 새롭다.

 사라와 카알->존코너 탄생&성장->저항군 지도자가 됨->스카이넷 폭파
A               B                          C                           D          

터미네이터1이 존 코너의 탄생 전인 A지점을 다루고 있고,
터미네이터2와 3이 존 코너가 자라는 과정인 B와 C 사이를 다루고 있는데,
3편이 아류작으로 느껴질 만큼 새로움을 주지 못한 것은
2편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시기를 붙잡으면서도
단순히 새 터미네이터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 이상으로 뻗어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신작은 ‘존 코너 사전 살해’라는 오래된 주제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로 터미네이터를 보내기 전 상황인 D를 다루고 있어, 신선하면서도 또한 새롭다.


(명실공히 최악의 터미네이터 시리즈, 3편)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꼬이는 게 한 둘이 아닌데, 이게 또 재미있다.
존 코너와 나중에, 아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 아버지가 될 카알 리스의 만남,
터미네이터의 원조인 T-800 프로토타입의 등장은 지난 편들을 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반가움을 느낄만한 장면들이다.

게다가 이 영화, 우주전쟁 같은 영화보다 훨씬 강렬한 특수효과와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어 볼 맛 난다. 터미네이터 같은 인간형 메카닉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직립보행으로 움직이는 전고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로봇형 기계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우주선들, 보기만해도 시원해지는 장면이다.


(거대메카닉만 나오면 몸이 찌릿찌릿한다)

아, 하지만 뒷맛은 깔끔하지 않다.
최후의 결투가 지난 시리즈들을 빼닮았으며
심장 이식 등은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조금 더 창의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1991년, 터미네이터2에서의 존코너)


(2009년, 터미네이터4에서의 존코너. 세월을 누가 이기랴)

 

 <별점: ★★★★☆☆>


Message to Life:
현재는 과거의 산물.
만약 내가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현재에서 고쳐버린다면,
지금의 현재는 현재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아버지가 될 카알 리스를 죽이려고 하지만,
사실 어떻게든 카알 리스를 죽일 수 없게 되어 있다.
카알을 죽이면 현재에 존재하는 존 코너는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존 코너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면 현재의 스카이넷은 카알 리스를 죽일 생각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카알은 살아남게 되며 이는 카알이 죽었다는 전제와 상충된다.   

재밌지 않은가.
내가 존 코너 옆에 서서 카알에게 총을 빵 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카알이 죽으면서 존 코너가 삭 사라져 버릴까?
아니면 운명의 법칙은 지켜져야 하기에 총알이 휙 빗나가버린다던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벽돌 한 장이 갑자기 떨어져 내 두개골이 부서질까?
터미네이터는 이런 철학적/양자역학적 질문을 던져주기에
지금껏 다른 액션 영화와 차이점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