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Extra Form

이별을 선언한 여자가 남긴 쪽지,
‘책 198페이지를 봐. 너에게 전해주고 싶은 내 마음이 거기에 있어’.

어떤 책을 보라는 말인지, 도무지 알지 못하기에
도서관에 있는 책 전부를 다 뒤져보고 있는 한 남자와
그를 돕게 되면서 또 한 번 사랑에 빠지게 되는 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이다.
 

이별의 애틋함에 대한 영화,
서로의 상처를 보듬다가 싹트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이다.
아름답고 따뜻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내게 그런 낭만적인 내용은 잘 다가오지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 나와의, 도무지 좁힐 수 없는 간극 때문이었다.

영화에서의 이동욱과 유진, 두 남녀는 한껏 여유롭다.
매일같이 도서관에서 나와 책을 찾으며 헤어진 그녀와의 추억을 곱씹을 느긋함도 있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도우며 밤을 새고, 두 팔 걷고 책 검색에 참여할 여백도 있다.
일상의 어려움과 빡빡함, 미래에 대한 암울함은 찾아볼 수 없다.
잃어버린 사랑, 다시 찾으려는 사랑, 새롭게 다가온 사랑……
오직 사랑만이 그들의 삶 속에 가득할 뿐이다.

 

영화가 문제가 아니다. 내가 문제다.
내게도 어느덧 리얼리티의 비중이 무시 못할 만큼 자라나
내 안의 로맨스를 억누르고도 남을 정도로 크게 자리잡은 것이다.
모르는 사이, 내가 부정한다 할지라도, 현실의 무게,
그로 인한 중압감과 육체적, 정신적 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를 타개하기 위한 바둥거림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 머릿니처럼 산개해서 돌아다니고 있으며,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지금의 내 모든 관계 속에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안다.
현실의 중력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강한 인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아쉽다는 거다. 실연이든 사랑이든
내 모든 일상과 비일상을 걸어 치열하게 싸우지 않는,
그러기 힘든 내 상황이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거다.

영화는 한없는 여유와 따뜻함 속에 잔잔하게 흘러가고,
나름의 여운을 남기며 예쁘게 끝을 맺는다.
하지만 내 심정은 끝내 이와 공명하지 못하였으니,
영화 속에 빠져 마음껏 헤엄치기엔 내 발에 매인 철구가 너무 무거워서이리라.

이 무게, 내 인생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불어날 것이다.

 

 <별점: ★★★☆☆☆☆>

 

Message to Life:
사랑은 조물주가 주신 수많은 선물 중 하나.
하지만 이 하나마저도 마음껏 잘 누리지 못하는 자신을 본다.
어디 사랑뿐인가. 우정도, 봉사도, 자비도, 정직도, 용기도……
뭐 하나 제대로 영위하는 게 없다.
게다가 그 모든 ‘아니 됨’의 원인이 ‘현실’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인 것이
한껏 우습기만 하다.

(2009년 6월 21일)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2 [2011] 시라노 연애조작단 file 문★성 2011.01.09 79
371 [2009]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문★성 2009.06.21 111
370 [2009] 블러드 문★성 2009.06.21 69
» [2009] 그 남자의 책 198쪽 문★성 2009.06.21 96
368 [2009] 미쓰홍당무 문★성 2009.06.02 80
367 [2009] 뷰티풀 마인드 2 문★성 2009.05.24 93
366 [2009] 인사동 스캔들 문★성 2009.05.17 80
365 [2009] 6년째 연애중 2 문★성 2009.04.11 181
364 [2009] 본 아이덴티티 문★성 2009.03.22 116
363 [2009] 내 사랑 문★성 2009.03.21 89
362 [2009]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문★성 2009.03.09 76
361 [2009] 모던 타임즈 문★성 2009.03.09 46
360 [2009] 와니와 준하 문★성 2009.03.09 59
359 [2009] 우주전쟁 문★성 2009.03.09 42
358 [2009] 쿵푸팬더 문★성 2009.03.09 75
357 [2009] 나비효과 문★성 2009.03.09 36
356 [2009] 마이 페어 레이디 문★성 2009.03.09 82
355 [2009] 라이온 킹 문★성 2009.03.09 124
354 [2009] 다크 나이트 문★성 2009.03.09 41
353 [2008] 핸콕 문★성 2009.03.09 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