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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1 01:33

[2009] 6년째 연애중

조회 수 18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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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이 영화감상문란은,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바라보게 되는 인생이란 주제에 초점을 두어 왔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본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굳이 인생을 영화에서 찾아봐야 하나, 라고 갸우뚱하실 수도 있겠지만, 우리네 일상이라는 것은 실상 너무도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는 똑같은 학교생활이나 회사생활, 집안생활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게끔 하는 특별한 사건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오늘과 동일한 내일에서 무슨 특별함을 건져낼 수 있다는 말인가.

(인생이란……)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모든 영화가 저마다의 소재, 인물, 주제의식을 들고 나오며 한 편 한 편이 말마따나 ‘극적인 사건’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인생을 보다 깊은 시각에서, 혹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끔 한다. 그 덕택에 나도 올해만 하더라도 성장, 나이, 기억, 돈, 현대, 희망 등 삶의 여러 주제들에 대해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인생의 주제들 중에서 ‘사랑’ 만큼은 마음껏 다뤄보지 못하겠다.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많지만 그 안에서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얻기란 쉽지 않으며, 아직까지 내 자신이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껏 키보드 두드릴 자신도 없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몸이라 그런지, 아니 결혼하면 더 문제가 되겠기에 이 주제만큼은 좀 조심스럽게 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여기서 ‘사랑은 다 뻥이다. 그런 것 없다’라고 적어놓는다면 - 물론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 않지만 - 내 앞길에 심각한 장애가 오지 않겠느냔 말이다.

(줄없이 번지점프를 할 수 없잖은가)

그래서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도 묵묵히 참은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가 특히 그러했다. 둘 다 여기 별점 7개 중 전부를 다 주고 싶을 만큼 감명 깊게 본 영화지만 아직까지도 감상문으로 옮겨내지 못하고 있다. 워낙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라 그렇다.

‘6년째 연애 중’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이 영화에서 건진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 용기를 내어 한 번 써보긴 할 텐데 아마도 내 생각을 모조리 다 드러내지는 못할 것이며 또한 어느 정도는 내 살 깎아먹기 식의 자충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자. 이 영화, 강추다. 평가도 그리 좋지 않고, 흥행도 별로였으며 부부끼리, 연인끼리 본다면 한껏 우울해져 돌아오는 길 내내 둘이 한 마디도 안 나눌 수도 있겠지만, 문성닷컴 기준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다.

사랑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라든가 운명적 로맨스를 내어놓지 않고 있는 것이 좋다. 정말 내가 저 사람이라면 저러지 않을까 하는 동질감과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 좋다. 오래 사귄 연인들의 모습, 권태기, 새로운 사랑에 흔들리는 감정 들을 정말 무서울 정도로 잘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 좋다. 보고 있다면 대체 남자와 여자는 왜 사귈까, 사랑이란 건 정말 시간에 반비례하는 것일까 하는 답답한 심정이 차고 들지만, 그런 고민이라는 것이 사랑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에, 좋다.

(처음에는 이들도 죽고 못사는 사이였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관성이 된다. 처음엔 입이 떨어지지 않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웅얼거리기만 했던 ‘사랑해’라는 말도 6년을 만나면 너무도 쉽게 내뱉거나 아예 하지 않게 된다. 처음 손을 잡을 땐 그렇게도 힘들었었는데 6년을 만나면 내 손보다 상대방 손을 더 많이 잡게 된다. 모든 특별함은 일상이 되어 버리고 서랍 속 간직해둔 보석처럼 귀하던 상대방의 존재는 옷장 속 양말 정도로 전락하고 만다. 대부분의 연인, 부부들은 그런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왜 이렇게 변했냐, 예전에는 안 이러지 않았냐, 하며 서로 총질을 해대기도 하지만 그런 다툼과 실망, 화해의 과정마저도 나중엔 관성이 되곤 한다. 서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들도 간간히 튀어나오지만, 그 역시 관성을 거스르기엔 부족하기만 한 것이다.  

(입냄새 난다고 뭐라 그러는 관계가 된다)

하지만 ‘6년째 결혼 중’과 ‘6년째 연애 중’은 또 미묘하게 다르다. 결혼한 사람들은 지독한 관성으로 인해 권태가 창출되어도, 그리고 그 권태를 깡그리 무너뜨릴 수 있는 일종의 유혹이 다가와도 사회적 관습과 자식들을 생각해서 참는 경우가 많다. 바람 피는 남편들이야 어딜 가도 있지만 대부분 아내에게 잘못을 구하고 뉘우치고 회심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결혼은 단순한 사랑의 행위를 넘어선 사회적 계약이기 때문에 쉽게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연애만 오랫동안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지는 것은 이혼이나 불륜에 비해서는 충분히 이해 받을 법한 일이다. ‘사귄다’는 것은 서로를 알아가고 더 깊은 관계를 도모한다는 것이며, 그 와중에 관계에 대해, 혹은 상대에 대해 확신이 없기에 그 ‘사귐’을 중지하는 것이니, 도의적인 책임과 가책이 따를지언정 무작정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된 연인들의 이야기는 오래된 부부의 이야기보다 더 짜릿할 수 있고 더 미묘할 울림을 자아낼 수 있다. 새로운 상대가 주는 흥분, 오래된 연인에 대한 미안함, 이런 감정들이 융합하여 만들어내는 고민들이 일탈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양 축으로 하여 뿌리내림으로써 앞에서 말한 영화의 특징인 ‘극적인 사건’들을 구축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극적인 사건’은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바람핀 남자 주인공, 마음이 흔들린 여자 주인공을 욕만 하지 말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재미없는 영화 보느라 돈만 날렸다고 불평하지 말고 차분히 한 번 생각해보시라. 당신이라면 어쩌겠는가?

(이 영화에서 김하늘의 연적, 차현정의 유혹은 매우 강렬하다)

나? 나야 당연히 오래된 사랑을 지키겠지. 난 순정파 로맨티스트니까.
아닐 것 같다고? 아서 주시라. 이유는 서론에서 다 얘기 했으니까.

 

<별점: ★★★★★☆>

Message to Life:
영화는 ‘내 남자의 로맨스’를 생각나게 했다. 미모의 여배우가 사랑의 경쟁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영화적 재미는 그 쪽이 더 있었지만, 권태에 대한 보다 실감나는 표현, 결말의 깔끔함 등에서 ‘6년째 연애중’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2009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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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15 11:08
    뉘집 아기인고... 나도 좀 강하게 키워야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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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 2009.04.16 05:24
    어려서부터 고생 좀 해봐야 한다고 봐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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