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리즈 재미있다는 얘기는 참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서야 첫 번째 편을 봤다.
액션영화를 체질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영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지 않았었고 이번에 볼 때도 초반 15분 정도는 보는 동안에도 마음이 상당히 불편해서 그냥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목에 걸려 대롱대롱 흔들렸다. 요즘 계속 액션영화를 볼 기분이 아니어서 그랬나보다, 싶다.
(액션영화를 볼 기분은 또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개봉한 지는 따져보니 무려 7년 가까이 되었는데, 오래되어서 그런지 액션영화치고는 내용이나 연출이나 특수효과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였다.
대사관에서 나가서 탈출하는 장면은 게임 하프라이프2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만큼 긴장되거나 짜릿하지는 않아서 아쉬웠고 이런 류의 영화라면 빠지지 않는 영화 중반쯤의 자동차 추격장면 또한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주인공 맷 데이먼은 보는 내내 WWE 존 시나를 생각나게끔 해서 집중에 방해가 되었다.
기억상실증에서 불거진 주인공의 자아찾기라는 주제는 유통기한 하루 정도 지난 우유 마시는 듯한 기분이었고 뭣보다 주인공과 상대편 간의 팽팽한 균형감이 없어 영차하는 기합이 들어가지가 않았다. 주인공이 애초부터 적을 압도해버린데다 적이 주인공 눈치나 슬슬 보는 입장이니 도무지 두근두근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본 시리즈가, 1편의 인기를 기회 삼아 시리즈를 연장한 게 아니라 애초부터 장편 영화로 기획된 것이라면, 1편만 보고 이리 투덜거리는 것은 좀 애꿎기도 하다. 그러니 2편 정도까지는 한 번 봐주기로 하고, 이번 편의 감상은 이걸로 짧게 끝내도록 하겠다.
Message to Life:
크게 기억상실증은 ‘전향기억상실증’, ‘정신성 기억상실증’, ‘역행기억상실증’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기억할 것은 다 기억하면서 영화 스토리상 딱 잊으면 좋을 것들만 깡그리 잊었다가 마지막에 영화 스토리상 딱 기억나야 할 때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기억나는 것은?
셋 중의 어느 것도 아닌 그냥 ‘영화용기억상실증’이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