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라이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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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만화 따위 보지 않으리, 란 가당찮은 고집으로 이때껏 외면했었던 라이언 킹을
2009년 영화사랑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찾아보게 되었다.
잘 만들었더라. 제작된 지 무려 14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체나 동물들의 움직임이 세련되고
연출이 뛰어나 오래된 영화티가 나지 않았으며,
영화의 주된 틀을 잡아주는 뮤지컬 형식은 어른인 내가 봐도 전혀 유치하지 않았다.
음악들은 워낙 유명한 곡들이라 반갑기까지 했다.
그러나 스토리 구성은 어른용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감이 있다.
악당 ‘스카’의 간계로 인해 고향에서 방황하고 있던 ‘심바’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는 돌아가
스카와 그 일당들을 타도하고 왕위에 오른다는 이야기인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주인공의 고뇌를 제법 잘 그려냈고,
그가 마음을 다시 돌이키는 계기도 억지스럽지 않게 잘 연결하긴 했지만
상영시간이 짧고 거기다 중간중간 노래로 덜어먹는 부분도 꽤나 많으니
아무래도 작은 스토리간의 연계성이 조밀하지 못하고
인물, 아니 동물 하나하나에 돋보기를 갖다 대어 자세히 설명 해줄만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
심바와 그의 여자친구 ‘날라’와의 관계, 캐릭터성은 꽤 강하나 조연으로서의 역할은 부족했던
‘시몬’과 ‘품바’ 등에 시간이 좀 더 배분되었으면 하는게 아쉽고,
(그래서인지 이 둘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다시금 나왔었다)
심바가 마음을 고쳐먹은 후 사건이 너무 쉽게 해결되어 버리는 것 또한 드라마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는 듯하다.
앞서 썼던 다크나이트와의 차이점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악인이 약하면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던 심바에게 나타난 아버지의 환상이 말해준 그대로이다.
‘Remember who you are.’
네가 누군지 기억해내라.
너는 왕이 될 사자이지 않니.
그러니 어서 돌아가서 네가 있을 그곳에 서라.
아이들이 들으면 가슴 두근거리며 좋아할 일. 용기를 심어주는 계몽용으로도 쓰일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세계는 너무나 냉혹한 것이,
‘그래 내가 누군지를 이제야 알 것 같아. 나는 라이언킹이라고!’라며 덤벼들었다가는
사자대접은커녕 개꼴로 얻어터지기 십상이다.
이 영화와 묘하게 엮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동국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예전에 CNN 뉴스를 보니 그쪽 아나운서도 이동국을 라이언 킹이라 부르더라)
나는 왕이다! 하고 독일도 가보고 영국 리그에도 도전해봤지만 어느 곳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마저 성적부진으로 1년만에 방출당해 버렸다.
아아. 안 됐다, 정말.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방황을 계속 하는지도 모른다.
나를 안다고 자부하다가 떡이 되도록 세상에 짓밟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괜히 나서다가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겁을 먹은 건지도 모른다.
때문에 시몬과 품바처럼 에라이 모르겠다, 하쿠나 마타타다, 하며 그냥 되는대로 사는 것인지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 모두가 느꼈듯이, 그리고 심바도 충분히 느꼈듯이
하쿠나 마타타의 인생도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결국 Remember who I am과 하쿠나 마타타 사이에서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인 셈이다.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우리의 몫일 테고.
Message to Life:
난 아직까지는 Remember who I am쪽이라
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열심히 뛰어가는 중이다.
이길지 아니면 호되게 맞고 하이에나에게 물어 뜯기면서 징징거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혹, 잘 안 되면 다시 돌아와 하쿠나 마타타의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할까?
글쎄. 만신창이가 되어 품바의 품으로 돌아오는 심바를 생각하니 좀 서글프다.
물론 품바는 하쿠나 마타타를 흥얼거리며 심바의 등을 토닥거려주겠지만 말이다.
(2009년 1월 11일)
<별점: ★★★☆☆☆>
악당과도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주는 저 평화스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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