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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22:01

[2008] M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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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일컬어 흔히 종합예술이라고들 한다.
훌륭한 스토리를 가져야 하고(문학) 영상이 아름답게 구성되어야 하며(미술),
때에 따른 적절한 음향효과와 OST와 더불어(음악), 배우들의 표현(연기)를 통해
구현되어지기 때문일 테다. 즉, 각종 예술분야가 한데 어울러져
또 하나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영화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제작팀에는
보통 미술팀, 음향팀, 작가 등 이런 ‘작은 예술’들을 책임지는 담당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총감독이라는 어른이 한 분 계심으로써 이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조율하게 된다.
감독의 역할이란 단순히 빵모자 쓰고 ‘컷’, ‘엔지’를 외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십년은 되었음직한 오래 전 여균동 감독의 작품 ‘미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아래와 같았다.

“그 영화 영상하고 음악은 좋은데 연기가 꽝이지 않냐?”

백색을 주제로 한 고은 배경과 노영심의 피아노 연주로 맘껏 빛날 수도 있던 영화가
책 읽어대는 로보트식 연기로 인해 무너져버렸는데, 영화를 구성하는 작은 예술들이
균형되게 자리잡아야 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미인’은 문성닷컴의 영화감상문란에서도 최악의 7등급을 선사한바 있다)

반대로 이명세 감독은 비운의 명작 ‘첫사랑’에서는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하였으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는 줄거리, 영상, 음악, 연기 등 모든 '작은 예술'과 그 조화에 있어
범작들을 그야말로 압도하는 완벽한 균형감각을 보여줌으로써 최고의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획득하기 이른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계단에서 Holiday라는 음악을 휘감으며
벌여지는 난투극이나 부두가에서의 질주씬 등은 지금도 한국 영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라
불러도 조금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정도이다.

그 후 무려 6년에 달하는 공백기간을 가진 그는 2005년 '형사'로 다시 돌아온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껏 팽배해진 기대감을 드러내며
영화관으로 달려갔는데, 왠걸 작품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영상은 복잡해지고
내용은 애매모호해졌으며 별다른 기승전결이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스토리에
그 많던 기대는 일순 싸늘한 냉소와 비평으로 이어졌다.
과연 그는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경험했으며,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을까.
아티스트의 지난 행적은 인터뷰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묻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우리는 그 대답을  두 번째 보고서가 될 영화 'M'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심은하 주연의 추억속 코믹공포스릴러를 연상케하는 동명의 작품,
그리고 전작 '형사' 못지않은 복잡한 스토리와 애매모호함을 자랑하는 ‘M’은
마치 ‘미인’처럼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영화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인’은 한 쪽 분야가 너무 후졌기 때문에 불균형적이었다면
‘M’은 한쪽 분야가 너무 앞서나가기 때문에 불균형적이라는 것이다.

확연히 드러나는 감독의 의도 하에 영화는 앞서 언급한 여러 예술의 분야 중에
‘영상’에 극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실내외의 세트는 물론이고
연기가 그다지 좋다고 느껴지지 않은 배우들의 몸짓, 하다못해 강동원의 동그란 안경과
그의 얼굴윤곽 사이의 작은 공간마저도 감독의 치밀한 영상구성을 돕는
소품으로 인식될 정도로 화면은 섬세하고 색채가 풍부하며 구도적으로 아주 뛰어나다.
영화의 아무 장면이든지 함부로 카메라를 찍으면 어디 사진 공모전에라도 낼 수 있을만큼
만만치 않은 영상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에 반해 스토리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주요 등장인물 세 명이 번갈아가면서 자신의 상황을 비정상적으로 인식하고
혼란을 토로해내는데 상반되는 각 사람의 내러티브가 중첩되면서 현실과 망상이 경계없이
뒤섞인다. 그 와중에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바, 영화의 주제 등을 캐치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는 동안 든 수십 가지 생각 중 하나가 만일 내가 영화평론가였으면,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평론을 적어서 제출해야 되는 상황에 처했다면 끔찍하다 못해
두려움까지 느껴졌으리라는 것이었다.물론 각종 미사여구로 예술을 재해석하시는
전문 평론가님들께서는 페르소냐니 클리셰니 미장센이니 하는 어려운 문구들을 써가면서
나름의 해석을 내리겠지만 글쎄 과연 그들이 감독의 의도를 직격할 수 있을런지.  

나더러 한 발 격발해보라면, 난 이명세 감독이 영상에 집착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전시할 공간을 마련한다는 의도로 스토리를 짜나갔으리라고 말할 것이다.
스토리나 연기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 주가 되었고 그로 인해 극도로 불균형적인,
그렇지만 그래서 더욱 추상적인 향내를 자아내는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말이다.  

물론 정답은 없을 것이다. 예술이잖은가.
감독이 이러이러한 의도로 만들었다고 한들 접하는 사람이 다르게 인식한다면
그건 그것 대로 하나의 의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그저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강력한 시각적 감동에  감사할 뿐이다.

별점: ★★★★★☆





빛의 인물 위로 흘려버림으로써 정지된 화면을 마치 음악처럼 퍼덕거리게 만든다. 대단한 영상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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