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화려한 휴가

by 문★성 posted Mar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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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어본 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이라는 사극 드라마도 거의 보지 않으니

내가 역사에 대해 뭐 하나 아는게 있을리 없지만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왠지 '살아있는 역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역사가 다 죽었다는게 아니라

아직 그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이 엄연히 살아있기도 하고

독재정권과 어용언론에 의해 오도되다가 겨우 민주화운동으로 명예회복을 하긴 했으되

여전히 반항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어떻게 보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뜨거운 감자같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6.25 전쟁 이후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시리고 아픈 상처인데

아직 채 아물지 않아서 건드리면 따갑고 쓰린 것이 80년의 광주가 아닌가 싶다.

 

이런 민감한 주제를 다루겠다고 용감히 나선 감독은

연출방향에 있어 사건의 복잡한 전후사정들을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는

그 역사적 사건 속에서 싸웠고 죽어야만했던

소시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노선을 택했다.

아버지 시체 앞에서 우는 아이, 합동분향소에서 아들의 관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노모의 모습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꿈꾸던 삶이 허물어져내린

당시의 비극을 눈물가득한 렌즈로 묘사해낸다.

 

하지만 아쉽다.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를 장황하게 보여준 후

거기서 자라난 사랑과 우정의 초목을 마침내 터지고만 큰 사건을 통해 하나하나 짓밟으며

관객들의 충격과 눈물을 유도하는 기법은 사실 헐리우드식 재난/재해영화에서는

고전적인 기법인데, 감독은 이런 진부한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여러 관계들을 살갑게 엮어놓은 후 죽음으로 하나씩 끊어가는데

슬프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이 영화만의 특별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를 포함하여 5.18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여태껏 왜곡된 해석으로 인지하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청소년들에게

우리시대의 역사적 아픔을 잘 전달해주었다는데서

영화의 의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성을 떠나 이런 영화는 많이들 봐주고 흥행되었으면 좋겠다.

역사에 대한 소개와 재해석 역시 영화의 중요한 기능이니까 말이다.

 

<별점: ★★☆☆☆☆>   

이준기는 역 자체가 부자연스러웠다